封神演義/소설
SF 封神演義 - 7. An Invader
※ 이 소설은 예전에 '조공명'님께서 쓰신 봉신연의 팬픽입니다. 워낙 오래되어서 보관 및 감상 목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문제시되면 바로 비공개로 돌리겠습니다.
※ 커플링은 '양망'입니다~ :D
무의식적인지 의식적인지, 말과 함께 대나무 스푼을 가볍게 꺽어버린다.
그 묘한 연출효과에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해진 부하들에게, 그는 미소지어보였다.
한순간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를.
" 간단한 일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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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封神演義
episode 7. An Invader
by. 조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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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일이다 일!! 무지 바빠지겠는걸~!! "
회의장에서 수많은 불평분자들을 찍소리도 못하게 만든 태공망은 빙글빙글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다.
" 암튼 오랜만에 땅을 밟아보나 했더니. "
잠시 자신의 새하얀 기함을 바라보던 태공망은 어깨를 으쓱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보급과 휴식을 위해 기항한 이 행성 '임동관'은, 주와 은의 미묘한 균형 중간지점이긴 하지만 그런 위험부담때문인지 전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는 그랬지만.
은과 너무 가까운 나머지 금오와의 싸움에 바빠 소홀히 했던 민스성에서, 금오의 총사 양전에 의해 은과 연결된 게이트를 점령당해버린 이상, 그 게이트과 연결된 다른 행성들에 필연적으로 수비 병력을 늘릴 수 박에 없었다.
특히 임동관의 게이트가 주의 주성(主星), 풍읍으로 직통연결되는 이상, 배는 신경써줘야했다.
주가 곤륜의 주요 스폰서라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주변 사람들이 난감하리만치 철야로 수비배치를 끝내고, 질책과 비난의 연발이었던 회의까지 마친 (물론 마지막은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갔지만) 소년은 현재 기항한 지 36시간이 지나서야 사저로 향할 수 있었다.
팔을 쭉 뻗고 기지개를 펴더니 빙글 몸을 돌려 뒤따라오던 부사령관 보현진인, 호위대장 황천화, 고문관 옥정진인, 무성왕 황비호, 수하인 무길 (...줄줄 따라온 건가? -_-;) 에게 딱 부러지는 어조로 말했다.
" 아주아주 급한 일이 아닌 이상, 내일 밤까지는 나 찾지 마. 다이렉트 콜 하나만 열어놓을테니까. "
" 어디 나가기라도 하실 거예요, 스승님? "
" 아니. 방에 틀어박혀 있을거야. 문도 물론 잠근다. 작전 구상하려면 머리아파질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쓸데없는 일로 나 불렀다간 죽음이얏!! "
" 스승님! 또 일하시겠다는... "
기운찬 어조로 말하고는 휙 바람이 일듯한 움직임으로 먼저 뛰어나가 버린다. 덕분에 말리려던 무길을 비롯, 뒤따르던 떨거지(...라고 하기엔 너무 비중이 큰)들은 멍하니 그 뒷모습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역시 천상은 사숙... 사령관에게는 부하의 하나밖에 안 되었던 건가? "
굳은 표정으로 천화가 중얼거렸다.
" 천화야! "
황비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짧게 나무랐지만 그도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 전혀 동요가 없잖아요. 물론... 그래야 한다는 건 알지만... "
" 천화씨, 스승님도...! "
" 그래야 하니까... 그러고 있는거야. "
막 뭐라 반박하려던 무길의 말을 막고, 보현진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옥정진인을 돌아보았다. 그 시선에 옥정진인은 동조의 의미가 담긴 쓴웃음을 지었다.
뭔 소리냐는 듯한 천화의 시선에 두 선인은 씁쓸한 눈빛을 교차했다.
" 문을 틀어잠그고... 우리 사령관님께서, 이틀이나 작전구상? "
" ...? "
" 있지, 천화... "
보현진인은 의아한 얼굴로 멈춰서있는 비호와 천화를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으로 쓰게 미소지었다.
절대로 기대고 싶어하지 않고,
혼자 모든 악역은 다 떠맡으려 하고,
타인의 사적인 접근을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벽을 지닌,
그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정말로 열받게 하는 성격을 가진 소년을 향한 질책의 어조로.
" 사람은 각자, 슬퍼하는 방법이 다른 거야...... "
" 우왓!? ...어라? 태공망? "
" ...태을... "
" 뭐 하고 있는거야? 복도에서 그렇게 뛰고. 부딪힐 뻔 했잖나. "
" 아, 아니... 별로... ...아, 그래. 태을. 나탁은 어떻게 됐어? "
" 그게, 홀로그램 질량화에 배분시켰던 부분이 돌아오질 않아. 덕분에 본체인 위성도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구. 그 쪽에 녀석의 자아(自我)를 심어뒀었는데~~!! 으아~ 왜 안 돌아오는거야 도대체에~~~!! "
" ......그래...... "
" ...? 태공망, 너 왜 그래? "
" 아? 내가 왜...? "
" 왜 그렇게 계속 고개를 푹 숙인채로 말을 하는거야? "
" ...나탁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생각외로 기운차구나. "
" -이상한 말을 하는군. 다른 사람도 아닌 네게 그런 소릴 듣다니. "
태을진인은 피식 웃더니 확 무릎을 굽혀 앉았다.
당황한 듯한 태공망을 올려다보며 별 소릴 다 듣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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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미인이라도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지도 모르는 단아하고 선이 가는 미모지만, 여자로 착각되지는 않는다.
머리색보다 조금 옅은 푸른 제복에 하얀 망토를 두르고, 집무중일때는 단정하게 묶은 머리카락이 조그만 움직임에도 찰랑거리는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집행부장 도천군의 한마디로 충분하다.
" 응? 함내 운영비? 그거야 왕자님의 사진을 팔아 올리는 수익으로 떡을 치고도 남아. "
...각설하고, 암튼 오늘도 금오의 여선들은 한 사람에 대한 화제로 바쁘다.
" 꺄아~~ 이 사진 어디서 산 거야? 이런 베스트 샷이라니, 엄청 프리미엄 붙였겠지? "
" 당연하지. 딱 10장만 프린트한 한정판매품(?)인데. 초기가격도 엄청 비쌌었지만, 난 거기서 13배를 주고 샀다구!! 그래도 후회는 안해~ ♡ (...달기는 아닙니다) "
" 역시 왕자님은 멋있어... 저기저기, 이 사진 복사해줘! "
" 안돼! 내가 얼마나 힘들여 구한건데 그렇게 간단히 해줄 것 같아? "
" 에~ 치사해~~ "
떠들썩하던 여선들 중 하나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
" 그러고보니 그거 사실이야? 왕자님한테 애인이 생긴 것 같다는 소문!! "
" 에~ 거짓말!! "
" 아냐, 왕자님의 호위대장이신 조공명님에게서 나온 정보래! "
" 아, 그래그래. 나도 들었어. 벌써 서약의 예물(?)까지 교환했다던데!? "
" 말도 안돼~~~ 여자한테 관심없던 분이잖아~~ "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절망의 비명이 울렸다... -_-;
" 싫어~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나 죽어버릴거야!! "
" 누가 죽는다고? "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에, 순식간에 주변은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 저, 정보부장님!? "
" 금광성모님!! "
" 일들은 안하고 여기서 무슨 쓸데없는 수다야? "
그녀의 시선에 완전히 기가 죽어 아무 소리도 못하던 여선들 중 한 명이 용기있게 앞으로 나섰다.
" 저, 저기, 금광성모님... 양전 왕자님께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
" 하아? "
순간적으로 냉철의 포커페이스를 깨뜨린 여성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 그럼 겨우 그런 소문 때문에 이 소란이... "
" 역시 거짓말이죠!? "
" 조공명님이 장난치신거죠? 그런 분이니까! "
" 서약의 예물같은 거, 헛소리죠? "
한 명의 용기(?)에 고무되었는지,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높아진다.
금광성모는 잠시, 눈 앞의 이 근무태만자들에 대해 아주 약간의, 그녀답지 않은 장난끼가 피어오름을 느꼈다.
" 글쎄... 조공명은 뭘 생각하는지 알수 없는 자이긴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아. ...그러고보니 못보던 장신구를 하고 있긴 하던데. "
그리고 곧 그녀는, 자신의 말을 후회했다.
" 꺄아아아아~~~~~~~~악~~~~~~~~~~~~~!!!!!!! "
" 싫어싫어!! 그 분이 누구 하나의 것이 된다는 것은 용납못해!! "
" 가만두지 않을거야!! 그 건방진 여자! "
" 죽여버려!! (허억... -_-;) "
" 그 여자 찾아내!! "
함선이 떠나가라 하이소프라노의 비명을 질러대는 여성들에게 질려, 순간 대응을 못한 금광성모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이마에 힘줄을 하나 솟아올렸다.
" 시끄러워!!! 더 이상 떠들었다가는 전원 3개월 감봉이다!!! "
뚝.
...자본주의의 위력을 몸소 보여준 금광성모는 한숨을 쉬며 그녀들에게 명령했다.
" 더 이상 잡담으로 시간을 때운다면, 정리해고대상명단(...여기도 IMF?)에 낄 줄 알아. 자! 자기 자리로들 돌아가!! "
" 예!! "
후다닥 흩어지는 여선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는 들고 있던 파일로 가만히 머리를 내리누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 그 [왕자님]이 옛날에는 소심하고 겁많은 어린애였다는 걸 알면 이 인기도가 조금은 떨어지려나? "
스쳐지나가는 옛 기억들에서 왕자의 모습은 항상 부친인 통천교주의 뒤에 숨어만 있는 소극적인 아이였다.
재능도 있었고 노력도 했지만, 스스로의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전혀 눈에 띄지 못했고, 그런 점은 통천교주도 여러번 고치려고 시도해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자신의 뒤를 이을 아이라는 이유로 시킨 혹독한 교육은 단지, 그 성격에 박차를 가할 뿐.
그래서... 200년 전 그 때...
" ...그리고는 7년 후, 완전히 변해버렸지. "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최고 계급에 속하는 십천군도 잘 모른다.
명색이 정보부장인 자신도 그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아리라고 짐작되는 자는 손꼽을 정도.
부친인 통천교주와 측근인 조공명과 문중.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십천군의 리더.
그리고...
" ...뭐, 상관없겠지. 좋은게 좋은거니까. "
그녀는 고개를 휘휘 젓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위에서 감추는 일을 굳이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일이다.
" 여~ 금광! "
" ...조공명. 여기서 뭘하는거지? "
" 아아.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리길래. "
" 그거라면 다 끝났어. 그렇다고 호위대장인 네가 왕자의 곁을 떠나? "
" 응? 아아, 그거? 그거라면 상관없다네~ "
여전히 꽃발을 날리며 가벼운 말투로 웃고 있는 조공명의 말은 언제나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하다.
" 상관없다니? "
" 지.금.의. 왕.자.님.은 경호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지~ 훗. "
" ...? "
" 아아~ 하지만 문중에게 들킬지도 모르니, 가 보는게 낫겠군. 자, 아듀~ "
쏟아져내리는 꽃발에 알레르기가 생긴 금광성모가 재채기를 해대는 사이, 어느새 조공명은 사라져버렸다.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곧, 그런 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깨닫고 다시 자신의 일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온 몸에 붙은 닭턹과 꽃가루를 털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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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륜에 사신을 보냈다고요? "
" 어머나~ ♡ 자원이라도 할 생각이었어? "
" 농담도. 단지 그 생각이 누구 생각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
새하얀 은발의 남자가 정중하기 이를데 없는 말투로 웃었다.
...상당히 멀쩡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황당하리만치 어이없는 패션이 금오의 왕자의 호위대장과 맞먹을 정도... 아니, 능가한다.
그러나 해사하기 이를데 없는 여성은 그 언밸런스한 남자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즐거운 듯이.
" 몰라서 묻는거야앙? 왕천 짱(...죽이세요)의 상관이시지~ ♡ "
" 호오, 그 왕자님이 말입니까? "
" 하앙~♡♥ 뭐, 떠도는 얘기에 따르면 예쁜 왕자님이 곤륜의 누군가에게 관심이 많아보인다던데~♥ "
" 그런 얘기가 떠.돌.리. 없잖아요? 잘도 조사했군요. 역시 피의 마녀, 달기 씨 답군요. "
" 어머낭 ♥ 그렇게 말하면 달기는 슬퍼 ♥♡ "
교태와 애교의 집대성... 교과서를 보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익숙한 듯 은발의 남자는 턱을 괴고는 물었다.
" 그래서.... 역시, 그랬나요? "
" 후훗. 물론 그렇겠지잉~ 아아~ 너무 로맨틱해~ ♡ "
" 속으로는 생각대로라며 박수치고 있지요? "
" 아잉~♡♥ 신공표는 넘 직설적이야앙~ 하지만 뭐, [그]는 나도 눈독들이고 있던 상대였으니깐~ ♥♡ 왕자님은 눈이 높아~ "
생긋생긋 웃는 그녀의 눈가가 더없이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신공표만은 아니리라.
" 왠지 [그]가 상당히 불쌍해지는걸요. 무서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
" 어머나아~? 그거 물론 자신도 포함해서겠지? ♡ "
그녀의 말에 한방 먹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신공표는 웃었다.
" 뭐어... 어쨌건 그럼 거기서도 슬슬 재밌는 일이 일어나겠군요. "
" 가볼려구? 달기한테도 나중에 가르쳐줘~잉~ ♥ "
" 다 짐작하고 있으면서 뭘 듣고 싶어합니까? "
" 아잉~ 신공표는 너무 심술쟁이야 ♡ "
쏟아져내리는 꽃발과 닭털에도 금광성모와는 달리(...) 꿋꿋이 스마일페이스를 유지하며, 신공표는 창 밖에 떠 있는 하얀 기체에 올라탔다.
온통 하얀 기체의 유리부분만은 태양광을 가리기 위해 검은 색으로 채색되어 있어, 멀리서보면 마치 검은 점이 찍혀있는 듯 보였다.
" 그럼. -가죠. 흑점호. "
달기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기체를 움직였다.
하얀 기체가 호선을 그린 채 순식간에 시야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 후후훗... 최강도사 신공표. 적이 아닌 게 다행인 자이긴 하지만, 눈치가 넘 빨라~ "
싸늘하게 웃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마치 고양이 마냥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빛냈다.
" 달기야~~ 놀자~~~ "
" 어머나~ 주왕니~암 ♡♥ "
몸을 돌려 빙긋 웃는 그녀는 여느때와 다를 바 없는 교태를 부리며 주왕에게 매달렸다.
끈적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웃는다.
...피냄새가 나는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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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고 있어? -
빛이라고는 한점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에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 ...급한 일 아니면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
인기척도 없던 방 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일어나더니 낮게 대답했다.
- 그 [급한 일]이야. -
여전히 맑은, 그러나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 섞인 듯한 그답지 않은 목소리에 일어난 인영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한순간 어둠이 걷히고, 방의 전면이 환해졌다.
" ...눈이 아파... 그래서야... "
눈가를 세게 문지르며 혼잣말을 하던 소년은 다시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 무슨 일이야? 보현. "
- 그게...... [은]에서 사신이 왔어. -
" 뭐? "
소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 너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데, 어쩌지, -망이? -
" ...... "
소년 - 태공망이 눈 앞의 데스크탑의 보드를 건드렸다.
전면의 벽이 풀스크린으로 전환되며 비행장의 모습이 비쳐졌다.
아군의 공격 시스템에 조준되어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은의 우주선이 한 대.
백기를 들고 있고, 전투형이 아닌 표준 이동형 타입.
태공망은 잠시 배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 폭발물이 장치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사람들이 몇 명 왔는지 모르지만 10명 이내만 들여보내. 대화를 하고 싶은 거라면 무장을 하고 오진 않았겠지만, 일단 확인하고. "
- 알았어. -
" 나도 곧 갈테니까. "
- 응. 준비할게. -
목소리가 끊기자, 태공망은 옆에 있는 커다란 거울을 돌아보았다.
온갖 감정이 믹스된 듯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표정을 한 아직 작은 소년이 서 있다.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던 탓인지. 깃이 잘 서 있던 제복의 여기저기 구김이 보이자 미련없이 옷을 벗어버렸다.
...꼴사나워.
쓴웃음을 짓고는, 벽장을 열고 걸려있는 몇 벌의 같은 디자인의 제복 중 하나를 꺼냈다.
셔츠와 바지를 입고, 보호대를 걸치고, 황색의 자켓을 덧입는다.
조금씩 조금씩 몸이 감싸여가자, 그에 맞춰 표정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에메랄드 브로치로 고정시킨 후, 탁자에 놓여있던 모자를 쓴다.
거울 앞에는 아까의 멍한 소년 대신, 백만의 함대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이 있을 뿐.
" ...아직 멀었어. "
자신에 대한 한심함을, 지금은 보이지 않는 거울 너머의 소년에게 던진 채 문으로 걸어나갔다.
아무런 특별한 얘기도 없다.
단지 자신들이 금오에게 지원하는 것은 [협박]당했기 때문이며, 거기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변명이 대부분.
...굳이 이런 얘기를 하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을텐데...
너무나 판에 박힌 이야기뿐이라, 굳이 그들의 얘기를 말로 엎어버릴 가치도 느끼지 못한채, 태공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얘기는 잘 들었습니다. 그럼- 안녕히. "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그러나 역시 무시의 기색이 비치는 태도로 몸을 휙 돌린다.
...시간낭비했다는 기분.
" ...여러분은 누구의 지시로 온 것입니까? "
뭔가 걸리는 기분이 들어, 그들에게 묻는다.
" 그거야 당연히 은의 황제, 주왕님이시죠. "
" ...그렇습니까? "
달기겠지.
하지만... 달기가 이런 광대놀음을 일부러 시킬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무언가가 한구석에서 걸린다.
특별한 게 없는 우주선, 특별한 게 없는 이야기, 특별한 게 없는 사람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
감을 믿는다는 것은 그다지 자랑할 만한 일은 못 되지만, 자신의 느낌이 이럴 때 잘 맞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하나... 둘... .....열...?
" 쿡... "
" 마.. 사령관님? "
보현진인이 의아한 얼굴로 태공망을 보았다.
태공망은 손을 내저으며 시선을 피한 채 웃었다.
" 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냐. 조금 쉬게 한 다음 보내. "
" ...?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어쨌건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몸을 돌린다.
뒤를 힐끔 바라보다가, 문 밖으로 나간 태공망은 잠시 크게 한숨을 쉬었다.
" 왜 그래, 사숙? "
" 아니. 아무것도... "
" 스승니~~~임!!!!!! "
정면으로 부딪혔다가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한 스피드로 달려오는 소년을 바라보며, 태공망은 피할 생각도 않은채 빙긋 웃었다.
언제나대로, 바로 1미터 앞에서 정확하게 멈춰서서는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무길에게 태공망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 마침 잘 왔어. -옥정을 좀 불러줄래? "
" 옥정진인님이요? "
" 응. 조금 있다가... 그러니까 10분쯤 후에 내 방으로 오라고 좀 전해줘. "
" 예!! "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무길을 여전히 경이로운 눈으로 보던 천화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 ...사숙? "
" 응? 왜? "
" ...아니. 아무것도. "
...미소짓는 사람에게서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누가 들으면 웃을만한 일일까.
한 사람의 얼굴에서, 분노와 즐거움을 동시에 발견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게된 천화였다.
나갈 때 그대로인 방 안은, 여전히 누가 본다면 사람이 있다고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온기가 없다.
무기질의 느낌뿐인 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 있는 가구라고는 침대와 탁자뿐.
보현진인이나 옥정진인, 아님 다른 그 주위의 사람들도 절대 사치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기함내의 사실(私室)이나, 그가 평소에 머물게 되는 방을 보고는 언제나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뭐 방주인이 상관없다는데야 어떻게 참견하겠냐만은...
Pi-
가벼운 기계음.
" ...들어와. "
문이 열리고, 익숙한 사람이 서 있다.
멋대로 뻗친 스카이블루의 머리카락이 어색하지 않은 미소년.
" 은의 우주선은, 30분 후에 출항하도록 해 뒀어. "
" 그래? "
" ...아까부터 너, 뭔가 이상해. "
" 그런가? "
걱정스런 시선에 소년은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다.
" 왜 웃는거야? "
" 아니아니... 미안. 배는 30분 후에 출항한다고? "
" 응. "
눈을 깜빡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태공망은 쿡쿡 웃으며 탁자에 가볍게 팔을 기댔다.
" 그럼 넌, 어떻게 돌아갈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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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말이지, 목탁? "
" 예? "
" 변신술이라는 게 뭔지, 알어? "
" 예? 그게 뭐예요? "
의아한 표정의 소년을 바라보며 아무리봐도 같은 또래 정도로 밖에는 안 보이는 하늘빛 머리카락의 소년이 웃었다.
" 하긴 모를만도 하지. 그게 가능하던 사람은 이제 없는걸. "
" 예? "
" 왜 있잖아? 첩자들이나 잠입자들이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곤 하지? "
" 예. "
" 그 기술을 아주 극대화시켰던 사람이 있었어. "
" 극대화요? "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는 모양.
고개를 갸웃거리는 금발의 소년에게 말을 하던 소년은 손을 내저으며 설명을 했다.
" 체형이나 외모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완벽하게 변하고, 심지어는 그 사람의 고유한 기술마저도 거의 흡사하게 모방하는거야. "
" 예? 그런 게 가능해요? "
" 가능했던 사람이 있었어. "
그 때를 회상하며 쿡쿡거리는 하늘빛 머리의 소년을 금발 소년은 여전히 눈을 깜빡거리며 지켜볼 따름이었다.
" 그래서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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