封神演義/소설
SF 封神演義 - 8. Kiss...
※ 이 소설은 예전에 '조공명'님께서 쓰신 봉신연의 팬픽입니다. 워낙 오래되어서 보관 및 감상 목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문제시되면 바로 비공개로 돌리겠습니다.
※ 커플링은 '양망'입니다~ :D
그 때를 회상하며 쿡쿡거리는 하늘빛 머리의 소년을 금발 소년은 여전히 눈을 깜빡거리며 지켜볼 따름이었다.
" 그래서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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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封神演義
episode 8. Kiss...
by. 조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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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넌, 어떻게 돌아갈건데? "
갑작스런,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물음에 부사령관 제복을 입은 소년이 눈을 크게 뜬다.
" 갑자기 무슨 소리야? "
" 네가 30분 후에도 돌아가지 않으면, 우주선은 그냥 떠나버리는 거야, 아님 우리의 말을 무시하고서라도 널 기다리는 거야? "
" ...나 네가 무슨 소리 하는지 잘 모르겠는걸. "
난처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늘빛 머리의 친우에게, -친우의 모습을 한 자에게 태공망은 낮게 웃었다.
" 변신술-이었던가? 직접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지만 굉장한걸. "
" ...... "
" 저기 말야. "
쿡쿡... 웃으며 한 마디.
" 보현은 절대로 날 [너]라는 대명사로 부르지 않아. "
태공망의 말에 하늘빛 소년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진다.
" 그리고 결정적인 건. "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며, 살짝 눈높이를 맞춰서는 손을 가져간다.
뺨을 가볍게 스쳐 머리카락을 쓸어올리자, 가려져있던 귀에 매달린 작은 귀걸이가 찰랑거렸다.
" 이걸 달고 있다는 건, 나보고 -눈치채주세요- 라고 말하는 거 아냐? 양전. "
소년의 입가가 낯선 형태로 기울어진다.
생소한, 그러나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의 미소.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한 팔을 거세게 휘두른다.
" ? "
그 손의 움직임에 잠시 시선이 간 사이, 어느새 머리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길어져있다.
" ...과연 눈치가 빠르시군요. "
" 너무 당연한 일이라 칭찬들어도 별로 기쁘지 않은걸. "
찰랑거리는 청발(靑髮)이 등을 덮는다.
연보랏빛의, 자수정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자 고여있던 감정들이 풀어져버린다.
-일부러 표정을 굳히며, 자신을 고무한다.
...휘말려선 안 돼.
" 호칭문제는... 신경을 못 썼군요. 실수입니다. 하지만 귀걸이는 특별히 그런 의미로 달고 있던 건 아닌데요. 그냥, 빼고 싶지 않았을 뿐. "
" 사절단에 끼어있을 때도 하고 있었잖아. "
" 가린다고 가렸었는데요, 잘도 눈치채셨네요. "
" 그거야- "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문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신경쓰여 자세히 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는 왠지 싫다.
적진의 한가운데서 저렇게나 여유로운 미소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인가.
살짝 한숨을 내쉬어 들뜬 기분을 진정시킨 다음,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 무슨 배짱이야? "
" 예? "
" 내가 조금만 크게 소리지르면 당장 달려올 병사가 천단위는 돼. 홀홀단신으로 여기까지 온 데는 나름대로 믿는 데가 있다는 거겠지? "
" 으음... 당신을 믿으면 안 되나요? "
" -당연히 안 되지! "
" 서운한걸요. "
" 뭐가!! "
너무 여유로워 분위기에 동화되어버린다.
어느샌가 마주 웃어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태공망은 쓴웃음을 지었다.
억지로 휩쓸리지 않으려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다.
그렇다면.
" 그래, 그럼 열심히 서운해하고 있어. 난 근위병을 부를테니까. "
" 어, 잠깐만요. 전 당신과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일부러 온겁니다. "
" 얘기는 얼마든지 해 주지. -영창 안에서. "
" 철창을 사이에 둔 채 하는 대화는 유쾌하지 않은걸요. "
"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유쾌할거야. "
웃으며 벨트에 달린 소형리모컨에 손을 뻗는다.
천천히. 무심한 듯한 움직임으로.
" 힘이라면, 아무래도 제 쪽이 위가 아닐까요? "
어느 순간 양전의 손에 잡혀있는 자신의 손목을 잠시 바라보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 뭐가 목적이야? 암살? 테러활동? 기밀정보수집? "
" 암살이나 테러를 위해 제가 직접 오진 않겠죠? "
" 그건 그렇지. 그럼 정보수집인가? 그것도 왕자님이 직접 올 일은 아닌 것 같지만. "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싫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태공망에게 양전은 살짝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 뭐... 곤륜의 기밀 정보 수집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지만요... "
갑작스럽게 나머지 한 팔로 다른 팔목을 잡는다.
양 팔을 잡힌 채, 어떻게 대응할 지 잠시 망설이는 태공망에게 양전은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 그 원천(源泉)을 손에 넣는 것이 더 이득이 되지 않을까요? "
마력같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에 잠시 취했던건지도 모른다고 후에 태공망은 자문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어느샌가 입술이 맞닿고, 부드러운 이물질이 입 안으로 파고든다.
혀가 서로 감기고, 타액이 섞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올 정도.
무의식적으로 떨어지려하자 놓치지 않고 다시금 파고드는 감각이 결코 부드럽진 않지만 어떤 마약보다도 황홀하게 정신을 지배한다.
...그 덕분에, 입 속에 퍼지는 달콤한 맛이 지나치게 이질적이라는 것을 빨리 파악하지 못했다.
" 하... 하아... 아.... -!? "
간신히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자, 거칠게 숨을 고르다가 순간적으로 다리의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절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대로 앞에 있는 양전의 품 안에 안기듯 쓰러지고는 곧 전신이 제어불능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분명 갑작스런 기습이 쇼크이긴 했지만, 이런 상태까지 유도하지는 않을 터다.
" 너- ...!!! "
한 마디를 꺼낼려는 찰나가 무섭게 호흡이 막혀온다.
" 말은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효과가 좋은 약이거든요. "
" 큭... "
" 곧 편해질겁니다. 당신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좋기를 바랍니다. -눈 뜨면 다른 천장이 보일테니까. "
완전히 의식을 잃은 소년을, 적당히 숨긴채로
자신은 이 소년으로 변해 당당히 밖으로 나갈 것이다.
그를 향해 인사하는 곤륜의 사람들을 스쳐지나간 채로.
" 이대로라면 4라운드도 제 승리겠군요. "
하지만.
비틀거리며 자신을 밀쳐낸 소년의 표정이 예상외라는 것을 깨닫는다.
분노 대신 떠올라 있는 것은, 묘한... 자신감?
" -웃기지... 마...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여...? "
나지막하고 떨리고 있지만, 결코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목소리.
" ...무엇을 꾸미고 있습니까? "
힘없이 앞으로 쓰러지는 소년을 부축하며, 미심쩍은 표정으로 묻는다.
뿌리치고 싶지만 이미 힘이 없는지, 서서히 눈을 감는 소년의 입가에는 여전히 심술궂은 미소가 서려있다.
" 태공... "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특별한 건 아무 것도 없다.
" ...과민반응인가... "
여전히 무언가가 걸리지만, 오래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것은 없기에 몸을 돌렸다.
그 순간.
" 무슨 일이지? 태공망. "
작은 기계음을 내며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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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신공표. -
" 뭐죠, 흑점호? "
- 왜 그렇게 태공망에게 집착하는 거야? -
" 그거야 재미있으니까요. "
너무나도 손쉽게 나오는 파트너의 대답에, 흑점호는 순간 자신이 한숨을 쉴 수 없는 기계라는 것과, 그리고 더불어 이 따위 쓸데없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게 만들어 진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저주를 퍼붓고 싶어졌다.
- 어디로 튈 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흥미로워? -
" 그게 흥미롭지 않으면 무엇이 흥미롭겠어요? "
- 그거 괴롭히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 -
" 괴롭히는 거 맞아요. "
- 이봐... -
기판에 가볍게 팔꿈치를 기대 턱을 괸 채, 풀려버린 한쪽 머리카락을 다시금 말아올리며 신공표는 나른한 표정으로 웃었다.
" 일의 시발은 그녀였지만... 흐름이 시작된 것은 그에게서부터죠. "
흑점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반응을 바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습득한 패턴이다.
" 전 우주의 내일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해 좌우됩니다. 본인이 바라건 바라지 않건. -재미있지않나요? "
- ...전 우주의 내일의 행방이? -
" -아뇨. "
빙긋 웃더니, 모니터로 보이는 잠든 소년의 얼굴을 응시했다.
" 그 무게에 짓눌린 사람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가 말이죠. "
악취미야-라고 굳이 말할 필요까지도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흑점호는 단지 조용히 수평비행을 계속할 뿐이었다.
" 아직 잘 모르는군요. 흑점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바로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생물입니다. "
그리고, 꼭 무너진다고만은 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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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의식 끝에 간신히 잡은 빛은, 한순간 너무 눈부셔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려 했다.
그 일련의 움직임은 성공하지도 못한채 무력감만을 안겨준다.
힘겹게 뜬 눈으로 보이는 하늘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은 심각한 자괴감까지 안겨줄 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은 자신감을 되찾게 해준다.
별 내용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
아직 청각신경도 제대로 회복되지는 않았는지 잡음섞인 울림들이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지금의 부자유스러움이 오히려, 자신을 잡아매고 있는 현실의 사슬을 조금이나마 느슨하게 해주는 것 같아 계속 이대로 있고 싶다는 어린아이같은 생각마저 해버린다.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정말로 일어나고 싶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나마 움직여보려 애쓴 결과가 있긴 있었는지, 누군가가 다가온다.
" 정신이 들었나, 태공망? "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서서히 몸이 풀리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아 안도와 애석함을 반반씩 섞은 묘한 느낌을 받으며 소년은 살짝 미소지었다.
...그 어깨너머로 보이는 푸른 머리의 청년에게도.
하늘이 익숙해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석양의 색깔 탓이었으리라.
이 별의 반사각은 지구와는 다른지, 석양의 색깔도 지구같은 짙은 주홍빛이 아닌 옅은 보랏빛이었다. ...뭐, 지구에서도 보랏빛이 될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옅다기보다는 투명한 느낌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사방이 매직미러로 되어있어,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겠지만, 안에서는 마치 벽이라고는 없는 듯 느낄 정도로 밖이 또렷하게 보인다. ...물론 이것이 예민한 사람들은 신경에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현재 여기 있는 세 사람은 그것을 즐길 정도의 신경은 되는 듯 했다.
그 보랏빛의 석양에 비추인 그의 모습은 여선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 저 보랏빛의 석양은 마치 그의 눈동자 색과 비슷하다.
이제 완전히 보이지 않는 태양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는 보랏빛이 안타깝지 않은 것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저 눈동자의 색이 있기 때문일까.
지극히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든다.
...라고 느낀 순간, 스쳐지나가는 아까의 기억들이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게 된 팔을 들어, 상반신을 힘겹게 일으키려다가 균형을 잃고 침대 옆으로 곤두박질치려는 태공망을 두 사람이 동시에 부축했다. ...그리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 아직 무리하지 마라. 약 효과가 사라지려면 조금 더 걸릴거야. "
" ...이제 괜찮아... "
사실 별로 괜찮진 않지만.
" ...그런데... 여긴... "
옥정진인이 있는 걸로 봐선, 양전이 했던 말이 실현된 것 같진 않지만.
" 본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휴양소다. 그대로 네 방에 있을수도 없고 해서. "
" ...적의 브레인(Brain)을 사로잡을 모처럼의 찬스였는데. "
말을 잇는 게 힘이 부친지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여실하게 진심을 담은 그 말에, 옥정진인과 양전의 표정이 동시에 황당함을 띈다.
" ...그런 상황에 처했었으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 네 신경이 놀라울 뿐이다. "
" 당신의 안전과 교환이었습니다. 나쁜 조건은 아니잖아요... "
흐음... 하긴 정신을 잃기 직전, 양전에게 잡혀있는(=안겨있는) 상태이긴 했지...
태공망은 잠시 상황을 정리하며 살짝 웃었다.
약간의 장난끼와, 그리고 음모를 담은 그 미소가 자신들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느낀 옥정진인은 그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잘 모르는 양전으로서는 의아할 뿐이었지만.
" -그래... 200년만의 재회는 즐거웠어? "
잠시 침묵.
" -어떻게 알았지? "
" 어, 어떻게 아신겁니까? "
당황과 경악의 2중창이 합창된다.
그.러.나.
" 어라, 그럼 그 일에 옥정이 관련되어 있던 게 진짜였었어? 나 그냥 찔러본거였는데. "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과장되게 놀라움을 표시하는 태공망을 보며, 두 사람은 당했다-라는 것을 느꼈다.
" ...태...공...망... "
" 유... 유도심문이었습니까... "
어느정도 상태를 회복한 태공망은 손을 내저은채 쿡쿡거리며 웃었다.
" 옥정이 200년전 약 7년간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기간이랑 일치하더라구. 게다가 언제나 냉정한 옥정이 묘하게 이 일에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랬고.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어? "
" ...감이 좋은 겁니까, 무대포인겁니까? "
" 아마 둘 다 일거다... "
"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귓속말이 왜 그렇게들 커? -_-+ "
일부러인지 아닌지, 괜시리 볼을 부풀린채 화난 표정을 짓는 태공망을 보던 양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 이유를 옥정진인은 곰곰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결론은 났다.)
" 그럼, 기왕 들통난 김에 가르쳐주는 게 어때? "
" ...... "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두 남자 중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양전이었다.
" 뭐... 당신이라면 안 될 것도 없겠죠... "
" 대단한 건 없다. 단지, 7년간 내가 저 아이를 잠시 맡았었던 것 뿐이야. "
놀랐다.
그러나 태공망이 놀란 것은 그 내용보다는 옥정이 꺼낸 그 [아이]라는 단어.
뭔가 굉장히 눈 앞의 사람과 매치가 되지 않는 단어인데도 너무나도 익숙한 듯이 꺼내는 저 말이 왠지 모르게 묘한 감흥을 준다.
" 태공망? "
" 아, 아니... 그럼 그 7년 후의 화려한 약력들은 옥정의 성과라, 이거네? "
" 그렇게까지는... "
" 예. 전부 스승님 덕입니다. "
상반되는 대답이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다.
이번의 말에도 상당히 의외인 단어가 사용된다.
스승님, 이라...
왠지 모르게 두 사람 사이에서, 자신은 끼어들 수 없는 감정의 자리를 깨닫고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어째서?
" 그럼, 내 현재의 최대의 적을 만들어낸 것이 내 친구라, 이 말이야? "
웃기지도 않은 기분을 털어내려 농담삼아 던진 말에, 순식간에 옥정진인의 표정이 굳는다.
" 네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
" 어, 어이어이. 제발 농담은 농담으로 좀 받아들여라. "
" 스승님은 항상 너무 진지하셔서 탈이라니까요. "
" ...너희 둘 죽이 잘 맞는군. "
옥정진인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을 맺었다.
그리고는 말이 없었다.
어색하지만은 않은 침묵 속에서,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시야가 좁아질 만큼 어두워지자, 자동적으로 방 가운데의 테이블 위에 옅은 불빛이 켜졌다.
마치 옛날의 램프를 재현해놓은 것 같은 모습과 불빛은 고전적인 정취와 더불어 상황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지구보다 훨씬 공기가 맑은 이 곳의 밤하늘은 어느샌가 별의 바다라 표현하기 부족함이 없을 정도가 된다.
마치...
" ...마치 우주에 있는 것 같군요. "
세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대변한 말이 한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동조를 표시하려던 소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싫은 기억이 떠올라버렸다.
램프의 불빛과 별빛뿐인 방 안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 너머로, 한 소년의 영상이 겹쳐지자 자신도 모르게 식은 땀이 흐른다.
이런 과민반응은 상황과, 그리고 사람의 탓이리라.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굳어있는 태공망의 표정을 본 양전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 말했나 라는 생각을 한 채 천천히 그를 불렀다.
" ...저...? "
대답하기 싫다.
갑작스럽게 인식이 된다.
자신의 한 순간의 미스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
그의 치밀함으로 인해 거기에 더해지는 생명들.
...그리고 자신이 사지(死地)로 내몰아버린, 아직 어린 한 소년.
한번 사라져버리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암흑의 바다 속으로.
" 제가... 뭔가 잘못 말했습니까? "
어째서 저렇게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따지자면 자신 역시, 그의 수많은 부하들을 잃게 만든 장본인일텐데.
그를 부하의 생명따위 신경쓰지 않는 냉혈한으로 인식해버리려는 자기 자신에게 혐오감을 섞은 비웃음을 보낸다.
이건 어린아이 투정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을 한 것이고, 나 역시 내가 할 일을 한 것 뿐이다.
지금은 전시(戰時)다.
이렇게 감상에 빠질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작전이나 짜던지 정보 수집을 하는 편이 낫다.
-다음에는 더욱 많은 적을 [죽이기] 위해서.
" 사숙...? "
" 에? "
대답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어린애같은 고집을 스스로 우습게 여기면서도 수습이 안돼 곤란하던 중이었는데,
갑작스런 낯선 호칭은 그 고집을 간단하게 깨부숴버린다.
" 사숙(師叔)...? "
" 예. 당신은 스승님의 친구이고, 따지고보면 사형제(師兄弟)사이시죠? 그럼 제게는 사숙이 되는 거잖습니까. "
" 그... 그거야 그렇게 따지면 그렇지만... "
" 그럼, 그렇게 불러도 되겠죠? -사실 호칭이 상당히 곤란했거든요. "
"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안돼. "
" 그건 당연하지만요. "
휘말린다.
...스스로가 한심할 만큼 그에게 휘말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감당할 수가 없다......
Pi--
낮은 신호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양전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옥정은 소매에서 수신기를 꺼내어 귀에 갖다댔다.
" 나다. ...아, 그래. 태공망이라면 나와 함께 있다. ...곧 가도록 하지. "
짧은 통화를 마치고 수신기를 갈무리하며, 옥정진인은 태공망을 바라보았다.
" 본대에서 난리가 났는걸. 갑자기 네가 없어져버려서. "
" 보현이야? "
" 옆에 있는 것 같지만... 지금 시끄럽게 외친 건 천화로군. "
태공망은 천화라는 이름에 또다시 연상되는 모습을 지워버리려 애쓰며 양전을 돌아보았다.
" 그럼- 아쉽지만 너도 이만 돌아가야겠군. "
" 아쉽다는 건 저와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겁니까 아니면 절 잡지 못해 아쉽다는 겁니까? "
" 어차피 그게 그거 아냐? 잡히면 헤어지지 않을걸. "
" ...사양하죠. "
고개를 저으면서도 왠지 머뭇거리는 듯한 태도를 금새 눈치채고는 태공망은 어깨를 으쓱했다.
" 뭔가 할 말이라도 있어? 나 비켜줄까? "
" 할 말이 있는 상대는 내가 아니라 너 같군, 태공망. 너무 늦진 마라. "
태공망의 말에 대답한 것은 양전이 아닌 옥정진인이었다.
무슨 소리야? 라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태공망에게 가볍게 미소지어보이며, 옥정진인은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던 태공망은 곧 심각해진 표정의 양전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맞춰줄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이 되어서는 시선을 피한다.
...이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어떻하지? 모처럼 왕자님께서 직접 오셨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가게 되서. "
태공망이 꺼낸 말에, 양전은 분위기를 맞추려는 듯 웃으며 테이블을 살짝 짚었다.
" 뭐... 별 수 없죠. 상대가 사숙이라면 마지막까지 좀 더 현명하게 처신했어야 하는데. 잘도 타이밍 맞춰서 스승님을 부르셨군요. "
" 뭐... 그 정도 걸리리라 생각했던 것뿐이야. -네 행동이 의외라, 시간을 끄는 건 조금 고생했지만. "
" 속전속결이 역시 중요한 거였는데. "
" 야야, 너 지금 납치하려던 상대 앞에서 그런 소리 해도 되는거야? "
" 해선 안될 짓을 한 거라고 화내실겁니까? "
그럴 리는 없기에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사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총을 겨누고 스코프로 서로의 심장을 조준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고 (뭐냐 이건) 최소한 허리에 걸린 장식용 단검이라도 휘두른다한들 대의에 대해 뭐라 논평할 입장은 못 되었다.
...그렇다치고는 지나치게 화기애애했지만.
" 뭐, 그리고 성과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구요. "
" 무슨 성과? "
일말의 불안감...이라기보다는 의혹을 얹은 시선에 양전은 빙긋 웃었다.
" 당신의 첫키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입술은 가질 수 있었으니까. "
" 이... 이봐!! "
이런 명제에 대해서만은 냉철한 태공망도 당황해버린다는 것은 이미 두 번의 경험으로 터득한 바다. 양전은 심술궂게까지 보이는, 아까의 태공망과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 그리고 사숙의 반응 상, 아마도 이제까지는 경험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
" 뭐... 무슨 헛소리야!!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
새빨개진 얼굴로 말이 되지 않는 반론을 하는 그의 모습은 그렇게 잘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참으로 낯설다. -그리고 동시에, 즐겁다.
이럴때는 그가 제 나이대로(...외모상의) 보인달까. 물론, 실제 나이는 이미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고도 남을 나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는 그런 나이의 소년 이상으로 경험이 없을 것이다.
...그의 과거에 대한 조사가 정확하다면.
" 왜냐면... 저랑 비슷한 반응을 보이시니까요. "
" ...하아? "
" 뭐, 저도 처음이었으니까요. 너무 억울해하진 마세요. "
이 순간만큼은, 태공망도 놀림당한 분함도 잊은채 눈이 동그래져서는 온 몸으로 의아함을 표시한다.
" 처... 처음이라고? "
" 예. 아, 물론 여자랑도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첫키스는 남자와 한 셈이군요. "
" 거짓말! 그 얼굴에, 그 성격에, 그... "
차마 그 다음 말은 할 수가 없어 다시금 얼굴이 새빨개져버리는 태공망을, 양전은 이어지지 못한 말을 대충 짐작했다는 듯이 여유롭게 웃었다.
" 얼굴에 성격에, 그리고 또 뭐요? "
" 그... 그러니까... "
" 그러니까? "
" -어떻게 그렇게 잘 할 수가 있어!! "
거의 발악에 가깝게 소리치고는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반응이 너무 참신하달까, 양전은 예상했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잠시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아야했다.
그러다가 자신도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일부러 소리내어 웃는다.
" 칭찬하실 것도 없는데요. 당연하잖습니까, 전 천재니까. "
" 이... 이봐... 옥정이 도대체 널 어떻게 가르친거지...? "
즐겁게 웃는 그를 보자 처음의 당황이 서서히 가시고 조금씩 울화가 치민다.
-심각한 의미라기보다는, 말싸움에 진 어린애의 분함이랄까.
이런 데서는 절대로 지기 싫어하는 태공망의 성격이 독오른 방울뱀(양전 입장으로선...) 마냥 살짝 고개를 쳐든다.
" -이봐, 양전. "
" 네? "
" 너, 나 좋아해? "
-확!
아무래도 느낌표가 두 세 개는 더 붙어야할 것 같은 속도로 양전의 얼굴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도 없이 달아올랐다.
오히려 질문을 한 태공망 쪽이 잠시 당황할 정도로.
" 저기... 너무 그렇게 진지하게 당황해주면 내 쪽이 오히려 곤란하다고... "
태공망의 말에 양전은 아까까지의 자신만만하던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조금은 우물거리기까지 하며 말을 꺼냈다.
" 역시... 이상합니까? "
대답이 조금 의외였을까, 태공망은 잠시 그 에메랄드의 눈동자를 그의 아메지스트빛 눈동자에 정면으로 맞추다가, 잠시 시선을 돌려 그의 왼쪽 귀에 걸린, 한때는 자신의 것이었던 작은 귀걸이의 흔들림을 응시했다.
마치 그 흔들림이 양전의 불안함인양.
" 아니... 이상할 건 없지 않을까. 일단, 네가 [무슨 의미로] 나를 좋아한다는 건지도 확실치 않잖아? "
" 그거야... "
" 넌 옥정도 [좋아]할 것 아냐. 마찬가지로 네 아버지나 네 동료들도 [좋아]하겠지? 그것과 나를 [좋아]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나? "
" ...확실히는 모르겠군요. "
" 그래? 언젠가는 확실해질까? "
어느새 태공망의 페이스.
잘 생각해보면, 그와의 대화는 이게 겨우 세 번째다. 그것도 한번은 공식적인 만남이었을뿐이며, 그렇게 따지면 제대로 대화한 건 두 번밖에 안 된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라고는 절대 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함께 있고 싶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상대하기 불편하다.
좋아한다, 고 물어보자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 질문덕분에 그걸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그게 어떤 의미의 좋아한다는 것인지는 아직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확실한 건...
"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
태공망의 마무리 이후,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며 어느새 갈 준비를 하고 있던(준비랄 것도 없지만) 양전에게서 갑자기 나온 말이었다.
" 공적인 거라면, 알고 있겠지만 No-야. "
" 그런 건 부탁하지 않죠... "
쓴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눈을 마주친다.
자신만만한 미소도, 부드러운 눈빛도 아닌 지극히 불안정한 표정.
" ...그럼 뭔데? "
소년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 ...키스해도 됩니까? "
...여기에서는 침착해질 수가 없었다.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 머릿속을 정리해가며, 입 밖으로는 쓸데없는 말들이 튀어나온다.
" 아, 아까는 멋대로 한 주제에, 지금은 뭐야! "
" 아까는... 제가 말한거긴 하지만, 키스라고 하긴 좀 무리가 있죠...? "
뭐가 무리인지.
형태는 지극히 보통(?)의 키스였지만, 의식(意識)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가? 아니면 강제였던게?
" 당신을 어떻게 좋아하는 지 모르겠지만... "
목소리가 낮아진다.
거의 옥정진인 수준의 저음이다.
그렇게 작게 말하는 것이 아닌데도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은 무슨 일인지.
" 보고있으면, 키스하고 싶어진다는 것은 그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답이 될까요? "
양전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저 쓴웃음은.
저런 건, 자신이나 짓고 있을 표정이라고 생각하며 태공망은 별 표정의 동요없이 말을 꺼냈다.
" ...너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는거야? "
" 모른다면 곤란하진 않겠죠. "
성별은 같고, 종족은 다르고, 결정적으로 지금 으르렁대고 있는 두 무리 각자의 리더들.
...이렇게까지 안 맞는 사이도 있는 건지, 잠시 고민해보고 싶어졌다.
" 역시... 무립니까? "
양전도 그다지 동의를 바란 것은 아닌 듯, 별로 아쉽다는 듯한 기색도 없다.
그저... 태공망의 저 무표정이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할 뿐.
" ...아깐 솔직히, 좀 아팠어. "
잠시 후 나온 대답이 무슨 의미인지는 조금 생각을 해야했다.
" 부드럽게 할 자신이 있다면 시도해봐, -천재씨. "
천천히, 입술은 이미를 지나쳐 뺨을 가볍게 스쳤다.
침대에 앉아있는 태공망과 키를 맞추기 위해, 양전은 무릎을 꿇은채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한 팔로는 살짝 감싸고, 다른 한 팔은 등줄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오른쪽 귓볼을 살짝 깨물다가, 그 아래에서 흔들리는 에메랄드의 귀걸이에도 입을 맞춘다.
-마치 의식처럼.
천천히 이어지는 움직임들이 결코 끊김이 없이 조심스럽게 몸을 달아오르게 한다.
...정말 처음이 맞는건지, 다분히 의심스러워지지만 확인할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며 태공망은 살짝 눈을 떴다.
자신을 응시하는 그 석양빛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쳐버리자, 왠지 모르게 확 달아오르는 얼굴을 느낄 수가 있다. 덕분에 고개를 돌리려 하지만, 어느새 양전의 손은 태공망의 턱을 살짝 잡아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눈을 감아야 한다고 인식은 되는데, 몸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긴장한 탓인지 감긴 입술위에서 잠시 머물던 따뜻한 입술이 벌어지면서 혀가 살짝 입술을 핥는다.
그리고 동시에, 허리를 감은 한 손이 침대에 눕느라 아마도 벗겨냈던, 벨트가 있던 자리를 지나 셔츠 안으로 살짝 들어와 맨 살을 살짝 간지럽힌다. -단지 손가락이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전신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열린 입술 사이로,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감촉이 느껴진다.
부드럽게.
태공망의 요구에, 양전은 지나치리만치 충실히 응하고 있었다.
상대의 혀를 가볍게 감다가도, 살짝 풀어버리고는 다시금 감아온다. -절대로 처음이라 말할 테크닉은 아니지만, 본인이 처음이라는데 누가 뭐라겠는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양 팔을 들어올려 양전의 목을 감았다는 것을, 태공망은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이미 머릿 속은 과포화상태였기 때문에.
거친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술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사이로 낼 수 있는 것은 호흡이라기보다는 신음소리.
자신이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미 용량 오버된 (이 일련의 행동들이 설마 태극부인 전체의 정보처리량과 맞먹는다는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할 여유는 있었던 모양이다) 머릿 속에서 떠오른 한가지 생각이란.
태공망은, 그 와중에서도.
...스스로를 경멸하고 싶어졌다.
" 상당히 오래 걸리는군. "
옥정진인은 단지 그들을 힐끔 바라볼 뿐이었다.
저 완전히 창백해진 태공망의 안색이나, 옥정진인과 시선 맞추기를 피하는 양전의 상태에 대해 한번쯤은 의아함을 가져볼 만도 하건만. 그는 아무런 동요없이 그저 제자에게 말을 건넸다.
" [그 것]을 가져왔느냐? "
옥정의 말에 양전은 살짝 웃으며 살짝 팔을 들었다.
하얀 빛과 함께, 어느새 눈 앞에는 소형의 우주선이 있었다.
발사대나 공항이 없어도 얼마든지 지상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완벽한 전투형 타입.
...그런데 이게 어디서?
태공망의 의문에 대답한 것은 옥정진인이었다.
" 개발중인 물질축소장치가 우연히 성공한 예라고나 할까... 문제라면, 그 후로는 전혀 성공한 적이 없다는 거지만. "
" 잠깐, 그럼 저거 곤륜거라는 소리 아냐? "
" ...내가 준 거니까, 그렇다면 그런건지도... "
" 아앗!! 그런 게 어딨어? 지금 실용화못해서 안달인 기술인데, 그걸 그렇게 적군에게 줘버려? 말도 안돼! 어서 뺐어!! "
" 줬다가 뺐는게 어딨습니까, 사숙! 그것도 200년 전에 줬던 걸! "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뜯어말리며, 옥정진인은 어린애 다루듯 양전을 우주선쪽으로 밀어내었다.
" 어지간히 해라... 정말로 이제 안 가다가는, 천화나 보현이 직접 데리러 올 거다. 그럼 나도 네 안전을 약속할 수가 없게 된다. 양전. "
스승의 말에, 양전은 살짝 어깨를 으쓱하더니 태공망 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시선에 그는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확 얼굴이 붉어져서는 시선을 피한다.
뭐... 별 수 없나.
" 그럼, 실례했습니다. 스승님. ...사숙. 다음에 또. "
" 다시 만나면, 적이겠지? -봐주는 건 없을거야. 양전. "
태공망의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이런 사람이니까.
" 예. 저도 사양않도록 하죠. "
짧게 말을 끝내고, 창을 닫아버린다.
...오래 보고 있으면, 다시금 별로 인식하고 싶지않은 -해서는 안되는- 감정들이 인식된다.
적이다.
그건 명백한 현실.
그게 싫다면...
변하게 하는 수 밖에...
하얀 기체가 날아오른다.
머리 위를 한 바퀴 돌고는, 시야 너머로 사라져버린다.
" 끝까지 폼 잡는군... "
태공망의 말에 옥정은 피식 웃었다.
" 너는 어디까지 폼을 잡을 수 있을까? "
" 응? "
" 저기, 산 아래서 분노에 찬 외침소리가 들려오지 않나? "
태공망은 순간 흠칫해서는 잠시 귀를 기울였다.
" 사숙이고 사령관이고, 이번에는 두고보자고~~~~~~~~~~~~~~~~~~~~~~~~~~~~~~~~~~!!!!!! "
이 언덕위의 집(어... 어감이...)이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요양소인 까닭에, 위에서 작동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기계장치도(에스컬레이터나 케이블카, 심지어는 소형 비행선마저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옥정에게 전해들은 태공망은 저 천화의 절규를 어떤 식으로 피해야 잘 피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를 모색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 언덕의 높이를 가늠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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