封神演義/소설
SF 封神演義 - 12. Truth of Mistake
※ 이 소설은 예전에 '조공명'님께서 쓰신 봉신연의 팬픽입니다. 워낙 오래되어서 보관 및 감상 목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문제시되면 바로 비공개로 돌리겠습니다.
※ 커플링은 '양망'입니다~ :D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All or Nothing?
...全部가 아니면, 全無...
나는.
그리고,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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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封神演義
episode 12. Truth of Mistake
by. 조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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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전쟁이 일어나고 있든 말든, 그지없이 넓은 우주의 다른 곳은 그것과는 무관한 듯 움직인다.
여기도 마찬가지.
" 번쩍번쩍하는걸... "
입구에서 나이제한에 걸리는 바람에 들어오는데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었던 탓일까, 조금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눈 앞의 와인잔을 들이킨다.
살짝 미간을 찡그리고는 한마디.
" ...복숭아 맛 주스는 없나. "
...나이제한에 걸린다 한들 무슨 할 말이 있으리... -_-;;;
-상황 재현
" 미안하지만 꼬마손님. 미성년자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
" ...꼬마... "
하필이면 이런데로 약속장소를 정할게 뭐야...라는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며, 태공망은 빤히 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 여기는 특A급 호텔입니다. 이런 곳의 레스토랑은 조금 더 큰 후에 오세요. "
아이 취급을 할 지언정, 그래도 예의를 차리는 점이 그나마 태공망의 분노(?)를 삭혔다. (그것도 태반 정도는 태공망이 지금 입고 있는 복장의 영향인 것 같지만)
조용히 한숨을 쉬며 품 안의 포켓에서 빳빳한 카드를 하나 꺼낸다.
" 이거면 통행증이 되겠지? "
딱 부러지는 말투의 소년이 내민 카드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남자가 피식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정확히 3초후, 딱딱해지는 표정.
" 고, 골드 카드... 그것도 class S... 예약하신 분이군요. 실례했습니다! 부디 안으로... "
그의 손짓에 따라 안에서 웨이터가 달려나와 태공망을 안내했다.
무심히 카드를 바라보던 태공망은, -은하연방군 사령관 신분증까지 같이 꺼내주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라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특별석에 안내되었다...
(여기서 잠시, 기억하는 분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에피소드 2에서는 분명히 태공망은 복숭아 사먹을 돈도 없었다...라고는 하지만, 설령 그 때 카드가 있었다 한들, 어느 누가 노점시장에서 골드 카드를 내고 뭘 사먹겠는가! 이것이 바로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속담이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는... ...믿는 사람?)
-재현 끝.
눈 앞에 놓인 카나페를 한 입 집어먹으며, 잠시 장내를 둘러본다.
온갖 화려한 복장들의 남녀가 호화로운 테이블에 둘러앉아 웃는다.
지금도 최전방에서는 며칠씩 잠을 설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채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부정하는 건 결국 인간 사회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그저 한숨만을 쉴 수 밖에.
...게다가 본인 역시 눈 앞의 사람들과 동류라면 동류지 않은가...
" ...? "
입구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웅성거림.
아무 생각없이 시선을 돌린 곳에는 웨이터가 한 여성의 모피코트를 받아주고 있다.
화려하게 웨이브가 진 긴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 살짝 띄고 있는 미소가 묘한 색기마저 느껴지는 미녀.
여성들과 동석중인 남자들 마저도 대부분의 시선이 그녀에게 박힌다.
극히 드문 몇 몇 남자들 중 하나인 태공망은, 그예 시선을 돌리고는 창 밖의 야경을 바라보았지만...
" 오랜만이네요. "
자신에게 꽂혀오는 수많은 시선과, 옆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그리고 인사말.
" ...하아. "
경국지색이란 것이 저런 것일까.
가까이서 본 그녀는 정말로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다웠지만, 이 소년은 그런 이유로 한숨을 쉰 것은 아니었다.
" 뭐야? 그 꼴은. "
" 자리, 비었나요? "
" ...예예. "
소년은 살짝 아미를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한 후, 의자를 살짝 밀어내준다.
구도상으로만 본다면 공주님과 시종아이에 가까울지도 몰랐지만, 그 어려보이는 소년에게서도 어딘지 타인의 위에 서는 자라는 인상이 풍겼기에, 그런 것에 민감한 사람들은 의아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고마워요. "
빙긋 웃으며 자리에 앉아 웨이터에게 와인을 주문한다. 힐끔힐끔 그 둘을 바라보던 그는 곧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 급히 걸음을 옮겼다. 마찬가지로 저 둘이 뭔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나머지 사람들도, 급히 시선을 돌린다.
그제서야 잠잠해진 레스토랑 안.
소년은 몇번짼지 모를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어이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 어울리는데, 무서울 정도로. "
" 칭찬이겠죠? "
다시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살짝 어깨너머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넘기는 그녀의 귀에서는
투명한 녹색의 귀걸이가 반짝거린다...
" 제가 원래 모습으로 오면, 워낙 눈에 띄지 않겠어요? "
" ...그 모습도 충분히 눈에 띄어... "
" 이런 장소에 혼자 앉아있는 소년보다도요? "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는 마침 웨이터가 가져온 와인을 한 손에 든다.
" 건배나 하죠? "
" 뭘 위해? "
"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들의 사랑을 위해. ♡ "
" -풋!! "
마침 샐러드 위에 놓여있던 체리를 입 속에서 굴리던 태공망이 잔기침을 해대며 목을 감싼다.
" 어라... 사숙, 괜찮습니까? "
무의식적으로 원래 말투로 돌아온 그녀... 아니, 정확히는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 켁켁... ...이봐, 그만둬. 그런 말장난. "
" 재미있잖아요? "
다시금 여자의 목소리로 간드러지게 말하며 웃는다.
뭐... 이 모습으로는 그 쪽이 더 어울리긴 하지만, 황당한 것은 매한가지.
" ...차라리 방으로 가자. 그 모습 더 이상 마주보기 힘들다... "
" 아직 저녁인데... 꺄~ 호색한 ♡ "
" ............................................................................................................................적당히 햇!!! "
부들부들 떨다가 급기야는 폭발.
테이블을 박차며(...어이어이) 레스토랑을 나가버리는 태공망을 웃으며 바라보던 그녀...아니 그... 아니... 암튼, 지금은 [그녀]가 놀라서 다가온 웨이터를 바라보며 생긋 웃는다.
" 조금 피곤하군요. 방을 준비해주시겠어요? "
" 이런이런~ 뭘 그리 우거지상을 하고 있나, 문중~~~ "
" 조공명! 너야말로 뭐가 그렇게 즐거운건가!! "
" 드디어 화려한 싸움의 피날레가 울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이렇게 예술적인 방법으로~~ "
이마를 감싸쥐며 문중은 자리에 앉았다.
어색하기만한 사령관좌.
" 왕자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호위대장이라는 자가... "
" 훗~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마지막을, 이 얼마나 로맨틱한 라스트신인가! "
"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라!! "
무심결에 흘러나온 큰 소리에 아래 브릿지의 오퍼레이터들이 흠칫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자신을 향한 시선들에 문중은 혀를 차며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지금 자신이 초조해한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이것이 어떤 희생을 치르고 얻어내는 결과가 될진데...!!
" 이봐, 보현사제. 사숙 어디간거야? 이렇게 멋대로... "
" 망이 명령이야. 그러니까... 괜찮아. "
늘 웃고 있는 그지만, 오늘의 미소는 어딘지 딱딱하게 굳어있다.
무언가 다시금 말하려던 천화는, 옥정진인의 무언의 제제에 눈을 깜빡이다가 조금은 화가 난 얼굴로 돌아섰다.
브릿지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사령관의 자리에는 다시 보현진인과 옥정진인, 둘밖에는 남지 않았다.
" 보현... "
" 부탁이니까 옥정...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줄래? "
희미하게 웃고 있는 은푸른색 머리칼의 소년이 손에 쥔 무언가가 가늘게 떨린다.
쥐고 있을 힘도 없는지, 결국은 툭 떨어져버리는 녹색의 에메랄드 브로치.
은하연방군 총사의 엠블렘이기도 한 그것을 옥정진인이 주워들었다.
" ...알았지, 옥정. 망이... 아니, 사령관의 부재... 는 절대 비밀이야. 사기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거니까. "
" ...사령관은 여기 있지 않나. "
옥정진인의 말에 보현진인이 휙 고개를 돌렸다.
평소의 미소를 잃어버린채, 입술을 깨물며.
뱉어내려던 말은 이성의 제제에 의해 다시금 사그라져버리고 만다.
그대신 흘러나온 물기섞인 말.
" 난... 말리고 싶었어... 말리고... 싶었는데...... "
" 그 녀석 고집을 꺽을 수 있는 사람은 여긴 없으니까. "
그래...
여기의 그 누구도.
...그럼 다른 곳의 누군가는?
" 에~이. 아직도 삐친거예요~? "
" ...됐으니까 어지간히 하고 원래대로 돌아와! "
" 예에. "
머리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실루엣이 잠깐 흐려지다가 다시금 되돌아온다.
조금 다른 형태로.
" 역시 이쪽이 더 마음에 드는겁니까, 사숙? "
" ...마음에 안 들어. "
" 엑... "
" 하지만 아까는 더 마음에 안 들어. "
" 너무해요 사숙... "
쓰게 웃는 푸른 머리카락의 청년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아니, 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땅파고 있다... ;;
" 다들 예쁘다고 했는데... 사숙은 너무해... 정말 여자를 보는 눈이 없는걸까... "
어두운 오라를 피워대며 궁시렁대는 양전을 바라보던 태공망은 이마에 힘줄마크를 세 개 띄워올린채 다가가 뒷덜미를 잡고 끌어올렸다.
" 됐으니까 엄살 적당히 부리고 불러낸 목적이나 말해!! "
" ...레드(Red) 아님 화이트(White)? "
" ...하? "
" 와인이요. 룸서비스 뭐 시키시겠어요? "
감은 눈썹이 조용히 경련을 일으킨다.
빙글빙글 웃고 있는 양전을 고개를 치켜들고 올려다보고는, 눈가를 찡그린채 심술궂게 미소지었다.
" 복숭아 주스. "
" ...... "
한 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짓던 양전은 몸을 돌려 침대에 걸터앉는 태공망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띄웠다.
" 됐어. 재촉 안해도 네 쪽에서 먼저 말할테지. ...시간은 많으니까. "
잠시 그를 바라보던 양전이 쓰게 웃었다.
" 시간이 많다구요? "
" 왜, 너 급해? "
" ...제 쪽에서 먼저 물어도 되겠습니까. "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태공망에게 잠시 손을 뻗다가 다시금 거두어들인다.
쓴웃음을 지으며 테이블 옆의 의자에 앉으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 ...왜 제 부름에 응하신겁니까? "
" 불러낸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 "
" 최소한 두세번쯤은 거절당하리라 예상했거든요. "
아까까지와는 달리 무거운 표정에 태공망은 잠시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페르티프(Apertif) 아님 리큐르(Liqueur)? "
" ...하? "
" 난 와인보단 칵테일이 좋거든. 아, 설마 시럽파야? "
완벽하게 반격당한 양전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당해낼 수가 없네요. 당신은.
...하지만 이번만은 제게 속아주세요.
그 대신...
" 에메랄드 피즈(Emerald Fizz)로 하죠. "
" 진(Gin) 취향일 줄은 몰랐는데. "
" 아뇨... 단지,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요. "
장난스럽게 던진 시선에 태공망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주머니에 넣은 손에서 만져지는 무언가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지만...
왜... 네 부름에 응했을까.
말해줄까?
...싫어도 알게 될텐데.
별로 시킬 필요도 없었지만, 숙박비에는 틀림없이 룸서비스 대도 들어간다는 태공망의 억지에 따라 싱싱한 복숭아가 운반되어졌다. ...물론 그 외에도 있긴 했지만.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하는 웨이터는, 양전의 예의 여장 모습과 듬뿍 얹은 팁으로 무마시켰음은 말할 나위가 없을듯...
" 뭡니까 그거? "
" 복숭아 주스(100% 천연과즙)! "
" ...정말 시킨겁니까... 게다가 저 복숭아 무더기는 대체... "
에메랄드 피즈를 한 모금 들이키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어버린다.
" 맛있는걸. 뭐. "
" 편식하면 몸에 안 좋아요. "
" ...내가 애냐. "
그지없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주고받는, 위기감 제로의 두 사람.
죽어라 긴장상태인 두 부총사들이 본다면, 살인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한 모금으로 입가를 축이고는, 잔을 테이블위에 놓았다.
자신을 바라보지 않은채 이제 아홉 개째의 복숭아 씨를 쟁반에 던지고 있는 태공망을 바라보자, 왠지 웃음이 나온다.
" ...사숙. "
낮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가, 묘하게 전신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다지 기분나쁘지만은 않은 긴장감.
" 뭐야? "
열 개째의 복숭아를 베어물려다가, 무심한듯한 어조로 되묻는다.
쓴 웃음.
그나마 진의 힘을 빌린 덕인지, 말은 생각외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를? "
아주 잠시, 복숭아를 베어문채로 태공망의 움직임이 멎었다.
순간이었지만, 덕분에 잘 익은 복숭아의 과즙은 그것을 들고 있는 손을 타고 팔목을 지나 흘러내렸다.
" ...이런. "
방이 조금 더워서, 소매를 걷고 있었던 게 다행이다.
혀를 차며 복숭아를 내려놓은 태공망이 무언가 닦을 것을 찾기도 전에,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어 버렸다.
" 아..... "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팔을 살짝 잡고 혀를 가까이 댔다.
팔꿈치까지 흘러내린 과즙을 한 방울도 빼지않고 핥아 올라간다...
부드러운 혀의 움직임이 팔목을 지나 손등을 핥더니 잠시 멈추었다.
당황한 듯한 표정의 태공망에게 낮은 쓴웃음을 지어보인 양전은, 그대로 작은 손가락을 입 안에 넣었다.
" ...웃... "
붉어진 얼굴로 아미를 찡그린 채 손을 빼려는 태공망의 허리를 남은 한 손으로 휘감는다.
" 그... 그만... 앗... "
잔주름 하나 없는 고운 결의 실크 셔츠 사이로 파고든 부드럽지만 조금은 차가운 감촉의 손이 따뜻한 피부에 닿는다.
다시금 움찔하고 상반신을 숙여버리는 태공망은 보지 못했다.
...얼마나 상대가 차가운 눈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슬픈 눈을 하고 있는지.
...언젠가 당신을 안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이런 식은 아니었어요...
머리 좋은 당신을 잠시나마 속이기 위해서는, 이런 수 밖에 없는거겠죠.
최후나마 당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요?
...당신에게 있어서는 불행이겠지만...
그래도...
...아뇨... ...아닙니다. 아무것도...
조금... 아플거예요.
지독하게 따라붙는 이 미련을 떨쳐버리기 위해선,
그 편이 나을거니까...
지금 당장 쏴버리세요.
옆에 벗어놓은 코트 안에 총이 들어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은... 파멸할 겁니다.
나는...
당신을...
배신하려 하니까요......
" 후훗 ♡ 여기도 슬슬 지겨워졌는걸~ "
" 갈건가, 달기? "
" 응 ♡ 왕역짱(...)도 갈래? 이중스파이 노릇 안 질렸어? ♥ "
" 난 곤륜과 금오의 최후를 1등석에서 관람하고 싶은걸. "
" ♡ 좋은 취미네~ㅇ ♡ "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색 일색의 소년이 냉랭하게 웃었다.
" 그래도 의외군. 막판에 태공망을 도와줄 줄은. "
" 아잉 ♡ 이래뵈두 난 태공망을 아아~주 귀여워한다구. ♥ 뭐, 왕자님도 좋긴 하지만 ♥ "
" 재미있는 장난감이란 거겠지. "
" 말이 심하다앙~ ♡ "
교태어린 웃음을 짓는 붉은 머리의 미녀에게 소년이 싸늘한 미소를 보냈다.
" 그럼 이젠 돌아가서 금오를 차지할건가? "
" 잠시간은 그럴 생각이양 ♡ 왕자님도 방해하진 않겠지. ♥ "
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왕은 그런 그들의 대화에도 이미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식어버린 시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리 없으니까.
" ...하지만 군(軍)을 보내준 건 그렇다쳐도, 이건 별로 태공망을 도와준 것 같지 않은걸요? "
" 어머낭♥ 신공표도 온거야? "
" 기껏 대신들을 요괴선인으로 바꿔놓은 수고를 스스로 무산시키는 이유는 뭔지 물어도 될까요? "
" 지겨워졌으니깐 ♡ "
태연하게 웃었다.
앞에 엎드린 채로 죽어있는 수많은 시체들 속에서도 그지없이 달콤하게.
사람의 옷을 입은 가지각색의 '무언가'들이 각자의 체액을 흘려낸 채 죽어있다.
" 싫증난 장난감은 버리는거지. -신공표의 경우에는 무시해버리는거겠지만. 어느쪽이 더 잔인하다고 말할거야? 응? ♥ 난 뒷처리는 확실히 하는 성격이걸랑~ ♡ "
쓴웃음을 지으며 신공표는 테라스의 턱에 기대었다.
" 금오에 보내준 은의 군대는, 그의 계략에 의해 전멸하겠죠. 그럼 머리를 잃고 손발조차 잃어버린 이 나라는 스스로 멸망하는 겁니까? "
" 그 애의 복수의 일부분이지잉 ♡ "
" 복수는 스스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
새하얗기만 한 창백한 피부에 묘한 홍조가 돌며 웃음이 흘러나온다.
스스로 느껴보기에도 오랜만인 살기어린 비웃음.
" 게다가, 또다른 복수의 상대가 복수를 해 준들 무슨 의미가 있죠? "
" 그게 또 재밌는 거 아니겠어? "
이미 식어버렸다 여긴 왕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이미 검은 빛이 도는 피가 그녀의 손가락을 적신다.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검은 피를 핥았다.
" 그.나.마. 자신이 복수할 수 있는 상대가 사라져버렸다는 기분은 어떨까? ♥ 그렇게 오랜 시간을,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 앉아 소비한 수많은 나날들이 어떻게 다가올까? ♡ 그건 혹시 첫눈에 반해버린 멋진 남자가 사실은 호모였다-라는 걸 알게된 기분이랑 비슷한걸까? ♥ 아잉~ 몰라 몰라~~ ♡♥ "
" ...비유 한번 당신답네요. "
신공표가 헛웃음을 지었다. 옆에서 듣고 있는 왕천군은 기가 차다는 듯 피식피식 웃고 있었지만 신공표의 쓴웃음과는 달리 그것은 동조의 미소.
근본적인 생각은 다른 것이다. 그가 행하는 수단은 마음에 들지만, 그가 바라는 목표는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과연 그 실행자는 적이 되는걸까 아군이 되는걸까 아니면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되는걸까.
...그리고 그는 언제나의 방법을 택했다.
그는 주시자.
세상을 비웃으며 유랑하는 광대일뿐.
그래서 그는 그녀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알기에 그리도 태연할 수 있는 그녀였다.
" 한 가지만 묻죠. "
" 뭔데? ♥ "
" 당신은 태공망을 부수고 싶은 겁니까? "
묘하게 관심이 갔던 그 소년도 이걸로 마지막인가 생각하면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뭐, 언제나 그랬던 바다.
영원히 살기 위해, 미치지 않고 살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그 어느것에도 [집착]을 갖지 않는 것.
그렇기에 관심은 관심에서 끝난다.
그 이상은 나아가지 않는다.
" 응. ♥ 그러려고 해. ♡ "
피식 웃으며 그저 바라보던 신공표가 몸을 돌렸다.
테라스를 뛰어넘어 우주선 주제에 대기권내에서 태연히, 그것도 헬기도 아닌 주제에 공중에 가만히 정지해있는 흑점호에 올라탔다.
" 하지만, 부서지지 않는 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 ♥ "
그녀의 마지막 말에 그렇게 들렸다고 느낀 건 착각일거다.
하지만...
- 저기 말야, 신공표. -
" 뭐죠, 흑점호? "
대충 그들의 대화는 비슷하게 시작된다.
- 예전에, 그러니까 처음 만났을 무렵 그랬잖아? 둘이라면, 영원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 -
" 그러고보니 그랬던 것 같군요. "
-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도 둘 아냐? 그리구 꽤 오래 살아왔잖아? 뭐, 물론 나는 산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아무튼간에. 그럼 둘이라면 영원히 살수도 있는 거 아닐까? -
-피식.
왠지 저기압인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Mental Hygiene (정신위생) 프로그램의 작동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공표는 나지막히 웃었다.
" 그렇군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고 말이죠. "
" 하앗...... "
숨을 삼키는 소리가 그렇게까지 관능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앞섶이 다 풀려버린채, 팔에만 걸쳐있는 셔츠따윌 본다면 완전히 나신이랄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런 상태가 더욱더 지금의 무절제한 욕구를 자극한다.
" 웃... 하아...ㅅ... "
터져나오는 신음 소리를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일부러 도발하는 것인가 생각될 정도.
계속 아래로 드리우는 긴 머리카락이 거슬릴만도 하건만, 피부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의 움직임에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년의 모습이 재미있는건지 그는 그 길다란 머리카락으로 조그만 상반신을 거의 감싸듯 하며 왼쪽 가슴을 살짝 물었다.
" -!! "
움찔하고 심하게 경련하는 허리의 아래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선을 쓰다듬는다.
" 야... 양전...... "
나직한 신음소리를 흘려내며 입술을 깨무는 소년의 전신에 붉디 붉은 흔적이 새겨진다.
솔직히 부드럽다고 말하기는 무리인 애무는, 불평조차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머릿 속이 하얀 백지처럼 텅 비어간다...
더 이상은...
하기 싫은 생각조차 하지 않게 해 준다는 것에 감사해야하나...
" 하앗...!! "
그로서도 의외였다.
별로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하고싶은대로 -거의 겁탈에 가깝게 안아버리고 있는데도
소년의 녹색 눈동자에서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의 비열한 마음속까지 모두 헤집어보는 것 같은 그 파마(破魔)의 눈동자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 양... 전...? "
잠시 멈춘 양전의 움직임에, 창백해진 입술 사이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 ...이건 제 수행부족인가요? 별로 만족스럽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
신랄한 듯한 느낌까지 드는 양전의 장난끼어린 말투에 태공망의 얼굴빛이 자줏빛에 가까우리만치 붉어진다.
" 너... 너 지금 일부러... 하앗... 아프게 하는... 거지...... "
" 어라... 들켰네요. "
" 뭘... 하앗!! "
막 추궁하려던 목소리는 다시금 거친 신음소리로 바뀌고, 태공망의 몸 안에 파고든채 양전은 나지막히 미소지었다. 심술궂게마저도 보이는 미소에 태공망은 섬뜩함에 가까운 한기를 느끼며 몸을 움츠렸지만, 곧이어 한 팔에 껴안긴 채 스스로의 입에서 나온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색기어린 탄성을 토해낸다.
" 하... 아... 앗...... "
말 끝이 흐려지며 신음소리에 묻혀버린다.
하얗기만 한 허벅지 안 쪽에 입을 맞추며 무수한 키스마크를 남겼다.
땀과 체액에 젖은 하얀 피부가 참을 수 없을만치 도발적이다...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 모를 무수한 말들과, 그보다 더한 신음소리들이 오간다.
침범하는 쪽도, 받아들이는 쪽도 어딘가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서로의 몸을 구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짐승과 다를바 없다 폭언을 들을지언정, 쾌락에 몸을 맡긴채 그대로 백치가 되어버리는 편이 나으리라......
눈을 뜬 것은, 귓가를 울리는 미미한 진동음때문.
평소같으면 조금의 움직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터지만, 지금은 그것을 느끼고도 쉽사리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전신이 욱신거린다.
원인이야 물론... 알고있지만.
" 아얏... "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덕분에 어깨까지 걸쳐있던 그의 청발이 사르륵 흘러내렸다.
그 폭포같은 시원한 느낌에 잠시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머리카락 끝을 잡아올려 가볍게 손 끝으로 흘러내리게 한다.
...즐겁다.
하지만 작은 유희는 다시금 울리는 진동음으로 인해 깨어진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옷매무새라 하기도 민망하리만치 형편없이 흐트러진 차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욕실 옆에 걸려있는 배스가운을 대충 걸쳤다.
등받이에 걸쳐져있는 코트를 테이블 위로 밀어버리고는 의자에 앉아 아직도 귓가에서 찰랑이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조차 알지못할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귀걸이에 손을 가져갔다.
- ...망이? -
익숙한 친우의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잡아이끈다.
...즐거워?
...어이가 없군.
허탈한 실소를 흘리며 그는 당연히 들려올 말을 기다린다.
- 큰일났어! 금오의 대군이 곤륜의 총본부를 기습했다는 보고야!!! 거의 전군이 몰려온 것 같아! -
...뭐?
지금... 뭐라고......
- 게다가... 금... ...... -
갑작스러운 노이즈와 함께 보현진인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테이블 위의 코트자락에 손을 넣어 익숙한 물건을 꺼낸다.
검은색의,
가볍지만 차가운 -죽음의 감촉.
특별히 태공망이 사격술에 백발백중의 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는 어느정도만 총을 다룰 줄 안다면 빗나갈 리가 없다.
게다가 그는, 떨고 있지도 않았다.
스코프조차 조준하지 않았지만, 구경은 정확하게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의 등을 노린다.
충분한 관통력을 가지고 있는 이 무기는, 문제없이 무방비한 상대의 등을 통해 심장을 뚫고 나오리라.
실제적으로는 몇 초지만, 그가 머릿속에서 모든 상황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 풋...... "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어느새 총구는 잔웃음을 짓느라 들썩이는 어깨의 흔들림으로 인해 표적을 놓치고, 이제는 별로 위력자랑을 하고 싶지 않을 카페트 깔린 바닥을 향하고 있다.
" ...쏘지... 않으십니까? "
어느새 그는 일어나 있었다.
늘어뜨린 푸른 머리카락이 드러난 상체를 가린채 약간씩 흔들렸다.
저 무심한듯한 녹색의 눈동자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젠 다 알아버렸겠지.
내가 무엇을 위해 당신을 불렀는지,
내가 무엇을 위해 당신을 잡고 있었는지,
...당신을 파멸시키기 위해서.
불안함따윈 없습니다.
제가 자초한 일인걸요.
왜 그 총으로 절 쏘지 않으시죠?
전 저항하지 않을텐데요.
" ...당신이 여기서 절 상대해주는 동안, 곤륜의 총본산은 초토화되었을 겁니다. "
"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일이야, 그렇지 않니? "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하늘빛 머리카락의 소년이 손을 뻗었다.
허공에 떠 있는 은푸른색 구체가 가만히 다가왔다.
" 이제... 기억하고 있는 건 너와 나 정도겠지...? "
여기저기 흠집이 난 구체를 가만히 끌어안으며 나지막히 웃는다.
" 하긴... 몇백년이 지났는걸...... "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자들은 이미 오래전 죽었다.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는 자들 역시 이미 오래전 사라졌다.
옛날, 그들이 마지막으로 벌였던 극적인 연출은 그것을 요구했다.
잊어달라고,
잊혀져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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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님~~!! "
조각조각 나버린 세상은, 더 이상 세계에 군림하는 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 손님이 오셨어요! "
" 손님...? "
" 예, 두 분인데요. 친구라시면서...... "
어느쪽이 더 나은건지, 그런 건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건 네가 바랬던 세상이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너를 잊지 못하는 이유이므로...
문이 열렸다.
오랜만에 햇빛을 보는 듯한 느낌에 살짝 미간을 찡그리고는 팔을 들어 쏟아져오는 빛을 가렸다.
초가을의 햇살을 등에 진 채, 두 개의 실루엣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온다.
조금 작은 쪽이, 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내렸다.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시야에 잡히는 것은 찰랑거리는 갈색의 머리카락과,
그 누군가 밖에는 지을 수 없었던 미소.
" -다녀왔어.. "
햇살의 눈부심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마주 웃어줄 수 밖에 없다.
망막을 찌르는 저 햇살보다도,
그 미소쪽이 훨씬 더 눈부시니까......
" 어서 와..... "
언제나,
언제까지나,
너희를 위해 기도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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